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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승이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기사를 읽다보니 많이 공감이 가서 스크랩하는.....

유즘 너무 학습습득의 위주로만 가다보니 아이들의 감성이 매말라가면서 자신의 감정조차 잘 표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이들을 많이 접하는 편인데 감정표현에 서툰 아이들이 꽤 있는듯 하다. 그러다보니 많이 공감이 가는....


2007년 1월 9일 (화) 08:02   한겨레21

당신은 ‘로봇’을 키우고 있다

공부와 컴퓨터가 지배하는 일상, 감정을 알고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
정서 교육에 대한 인식이 없는 부모 밑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받아

장면 하나.

“슬프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싫은 거랑 많이 다른가요? 외로움요?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요. 화는 나요. 게임할 때 자꾸 내 편이 죽으면 화가 나죠. 화가 나면 소리를 질러요.” 초등학교 2학년 박준규(가명·8)군은 슬픔과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시 한 번 ‘감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물었다. “감정이라는 건 좋은 거나 싫은 거, 그런 거 아녜요? 게임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고 지면 싫어요. TV를 보면 웃기거나 재밌고, 학원 가서 혼나면 싫고, 시험 문제가 틀리면 짜증나요. 그것 말고 다른 기분은 잘 모르겠는데요.”

동생한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 몰라

준규는 요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을 못하게 하고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만 신경을 썼던 준규의 부모는 몇 달 전에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준규가 갑자기 입으로 컴퓨터 게임을 할 때 나는 소리를 막 내더니 남동생을 때리는 거예요. 남자애들만 둘이라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일은 자주 있어요. 잔소리를 하려는데 준규가 동생을 때린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래서 준규에게 ‘동생을 때리면 동생이 아프고 슬퍼하잖아’라고 했더니 준규는 ‘아냐,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는 거예요. 준규는 동생한테도 감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더 물어보니까 준규도 자기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지 모르더라고요.”

장면 둘.

초등학교 2학년인 박연경(가명·8)양은 좀처럼 웃는 법이 없다. 어디서 큰소리만 나도 안절부절못하고 밤에는 귀신이 있는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편하게 잠을 못 잔다. 집에는 잠시도 혼자 있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엘리베이터가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좀처럼 혼자 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보다 눈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연경이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 없이 있는 편이다. 딸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유독 소심한 성격이라 무서운 것도 많고 말수도 적은가 보다 생각했던 연경이의 부모는 최근 놀라운 점을 알게 됐다."한 달 전쯤에 연경이가 또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너무 심하게 울기에 앉혀놓고 얘기를 좀 했어요. 그런데 딸아이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었어요. 방 안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도 그렇게 무섭다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자기가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 걸 거의 말을 하지 않은 거죠. 지금까지 연경이가 가끔 무섭다고 울면 그냥 울지 말라고 다그치기만 했거든요. 얘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줄 몰랐어요.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니까 학교에서도 거의 말을 안 하고 혼자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을 받았더니 연경이가 자기의 두려움과 불안을 과장되게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표현하면서 해결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해소해야 하는데 혼자 다 끌어안고 있었던 거죠. 그제야 연경이가 지금까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감정불감증 세대의 미래는?

장면 셋.

12월27일 오후 2시. 분당어린이카운슬링 상담실. 심리 테스트를 한참 받고 있던 초등학교 2학년생 최경수(가명·8)군이 “집 안에 깡패 어른이 혼자 살아요”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심리 테스트에서 흔히 쓰는 방식인 ‘집 그리기’를 시킨 뒤 이영미 소장이 “집 안에 누가 있을 것 같니?”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사과나무를 그린 뒤에는 “나무가 건강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유를 물으니 “사람들이 발로 찼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자 요즘 유행하는 ‘마빡이’를 그렸다. “나중에 커서 마빡이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머리를 밀어야 한다”고 했다. 가족 그림을 그려보라는 주문에 경수는 엄마, 아빠를 뺀 채 혼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만을 그렸다.

1시간 남짓한 테스트가 끝나고 이 소장은 경수 아빠와 대화를 나눴다.

“친구 관계는 어떤가요?”(이 소장)

“친한 친구 몇 명을 빼고는 무관심한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과는 관계 맺기가 무척 서툴러요.”(아빠)

“또 다른 얘기를 들으신 건 없나요?”(이 소장)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해요. 그것도 경수가 직접 말해주는 게 아니라 경수 친구들이 전해줘요. 부모인 저한테도 자기 표현이나 감정 표현을 잘 안 해요.”(아빠)

“테스트하는 1시간 내내 저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것을 보면 감정을 표출하면서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툰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빗대어서 하는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는군요.”(이 소장)

세 장면은 모두 초등학교 2학년생 세 명의 사례다. 감정 표현을 제대로 못하거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특정한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세 명은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낸다. 학교 갔다가 학원에 가고, 집에 오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이들의 일상에는 감정이나 정서가 끼어들 순간이 없다. 감정이 들어설 시간과 공간에는 어김없이 ‘공부’와 ‘오락’이 있다.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각만이 존재할 뿐, 살면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학원과 게임, TV 위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감정이 뭔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공부와 컴퓨터는 현재를 살고 있는 아이들을 상징한다. 세상에 태어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가나다라’와 ‘ABCD’까지 입력하고 또 입력한다. 제 손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로 공부를 하고 공부하다가 쌓인 스트레스는 또 컴퓨터를 통해 푼다.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는 공부와 컴퓨터가 요즘 아이들의 감정을 틀어막고 있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사람보다 기계나 영어 단어와 소통하는 아이들은 ‘공감’에 서투르다. ‘감정은 본능이다’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방도 느낀다’는 감정의 기본적인 속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구구단은 외우면서도 친구들의 정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감정불감증 세대’ ‘정서불소통 세대’로 칭할 만하다. 삶에서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정서 능력을 전혀 계발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그 심각함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모 세대 탓이기도 하다.

보통 감정(또는 정서)은 분노·슬픔·기쁨·놀람 등 ‘1차적 감정’과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생겨나는 공감·질투심·수치심 등을 나타내는 ‘2차적 감정’(자아의식적 감정)으로 나뉜다. 1차적 감정은 1개월 된 아이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가장 단순한 자아의식적 감정은 아이가 거울이나 사진에서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지나친 칭찬을 하거나 낯선 사람에게 걸음마 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요구를 할 때 아이가 눈에 띄게 당황한다면 이는 벌써 아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성과 지성은 서로 보조를 맞춘다.

특히 자아의식적 감정은 스스로를 평가하는 측면이 강해 사회성, 성격 형성과도 맞닿아 있다. 제대로 발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 부적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치심·죄책감·자부심 등은 ‘자기평가적 정서’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걸음마를 하는 유아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의 아동의 경우 어른이 자신의 행동을 관찰할 때에만 자기평가적 정서를 보인다. 그만큼 감정에 민감하고 감정을 의식한다는 얘기가 된다. 아동의 경우에도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표현하는 능력’(감정 능력 또는 정서 능력. 그래픽 참조)은 현재의 또래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대인관계나 미래에 맞이하게 될 사회 생활의 기초적인 능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심리학계의 연구 결과는 감정 또는 정서가 개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요소이며 향후 인간관계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윤경 가톨릭대 교수(심리학)는 “성공한 이들의 특징은 지능보다는 다른 이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정서 능력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정서 능력이 지적 능력의 계발과 수행을 원할하게 도와주는 능력이라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가 정서 능력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만족 지연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도 있다. 만족감을 늦춤으로써 더 많이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지금 사탕 하나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30분 뒤에 사탕 5개를 먹을 것인가”를 물어서 그 결과를 보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만족을 늦출 줄 아는 아이들은 그 뒤 학업 성취도(예를 들면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 점수 등)가 높았다.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래저러스 부부가 쓴 문예출판사 펴냄)이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감정에 대한 신화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감정은 비합리적인 것이어서 사고와 추론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감정과 지성은 보조를 맞추어서 움직인다. 그래서 매우 지성적인 존재인 인간들이 또 그렇게 감정적인 동물이기도 한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구성하는 모든 감정적 반응에서 생각과 의미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감정들은 비합리적이기는커녕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드라마와 더불어 TV 토크쇼를 대중 오락물의 정점에 올려놓은 것이 바로 감정이라고 지적하면서 “감정이 삶의 성공과 실패에 엄청난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연구 결과는 정서 능력 발달에서 유아기와 아동기가 결정적인 시기라는 것이다. 유아기와 아동기에 적절한 정서 발달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뒤의 인생 과정에서 이를 만회하기 힘들며 어떤 경우에는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아동 정서 연구가 미진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30년 뒤 어떤 비용을 치를까

정윤경 교수는 “부모들이 감정과 정서를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데다 학습 능력이 최고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구에는 정서와 부모의 양육 방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가 많은데 한국에는 거의 없어요. 부모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아이들의 감정과 정서가 다치지 않을까는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정서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데, 기질은 타고나지만 정서나 감정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에 일찍 노출되는 탓에 아동들에게도 ‘평가 불안’ 현상이 강합니다.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실패에 대한 탄력성이 떨어지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편견도 감정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 9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분당어린이카운슬링을 찾은 김아무개(43)씨의 말이다. “똑똑한 아이라는 말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아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들을 저희 부부는 항상 ‘성숙하다’고 여긴 거죠. 감정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도 있었어요. 감정적이라는 말은 어리고 자기 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저렇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이 친구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을지 걱정돼요.”

아이들의 감정 또는 정서에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것은 20~30년 뒤에 치러야 할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과 낭비를 예방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은 당신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있는가.

만 6살, 테스트 해 봅시다

정서 인식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준 실험

심리학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정서 조절 능력에 관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는, 약간의 개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만 6살이다. 만 6살이 되면 타인의 존재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정서를 조절할 줄 안다. 예를 들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는 얘기다. 아래 내용은 만 6살 아동을 대상으로 해볼 수 있는 실험 내용으로 ‘마음의 이론 척도’(scale of theory of mind)와 관련해 미국 미시간대의 헨리 웰먼과 데이비드 리우가 개발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정서 인식과 함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준을 측정하는 내용이다. 한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는 “미국 연구 결과를 보면 만 6살 아동들 대부분이 이 테스트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며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만 6살 아동들도 미국 아동들처럼 이 테스트를 쉽게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이는 영수예요. (가리킨다) 영수 삼촌은 지금 막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셨어요. 삼촌은 영수에게 장난감 총을 사다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삼촌이 가지고 온 것은 책이에요. 영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아요. (천천히) 영수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장난감 총이에요. 하지만 영수는 자기 기분을 숨겨야 해요. 왜냐하면 만약 삼촌이 영수의 진짜 기분을 알면, 다시는 영수에게 선물을 사주지 않을 거거든요.

기억 확인: 삼촌은 영수에게 무엇을 사줬나요?

(맞는 대답: 책. 만약 아이가 틀린 대답을 했다면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영수의 진짜 기분을 알게 되면, 삼촌은 어떻게 할까요?

(맞는 대답: 삼촌은 영수에게 다시는 아무것도 사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아이가 틀린 대답을 했다면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문제: 삼촌이 책을 주었을 때 영수의 진짜 기분은 어땠을까요? (가슴을 가리킨다) 기뻤을까요? 슬펐을까요? 아니면 그냥 그랬을까요?

(주의: 실험자가 감정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가 대답하지 못한다면 선택 사항을 다시 말해준다.)

삼촌이 책을 주었을 때, 영수는 어떤 얼굴을 했을까요? 기쁜 얼굴, 슬픈 얼굴, 기분이 그냥 그런 얼굴.

_____ 기쁜 얼굴 _______ 슬픈 얼굴 ________ 기분이 그냥 그런 얼굴

(자료 제공: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


정서 교육의 부재, 학원에 보낸다고 원하는 미래 오나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심리학자인 김경희 연세대 교수(아동학)는 아동의 정서발달 분야 전문가다. 김 교수는 1997년 ‘한국 아동의 정서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를 비롯해 관련 논문을 여럿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전 사회에 팽배한 성적제일주의로 인한 정서 교육 부재가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며 “가정에서부터 감정과 정서에 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이 또래끼리 감정 교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정서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정서가 세분화되지 못하고, 정서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정서 조절을 배우기 시작해야 할 시기다. 친구들 마음을 헤아리거나, 다른 이를 감정적으로 배려하는 능력이 생긴다. 만 6살이 되면 그게 가능하다. 그래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한국의 아동들이 정서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보나.

=그렇다. 감정 교육의 1차적 공간은 가정이다. 부모와의 대화가 기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는 ‘기분 나쁜 일은 없었니?’ 하고 묻는 게 아니라 ‘오늘 뭐 배웠니?’ 하고 묻는다. 엄마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보면 강연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집에 가면 ‘오늘 몇 점 받았어?’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온다고 한다. 정서에 관한 관점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뛰는 것에 대해 다른 어른들이 주의를 주면 ‘애들 기 죽인다’면서 더 난리치는 게 요즘 부모들이다. 그렇다고 인지교육 중심인 학교에서 정서 교육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신체나 인지 능력은 발달하는데 정서 능력이 발달하지 못해서 생기는 부조화가 심각한 것 같은데

=그런 것이 따돌림(왕따) 현상 같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조화로운 교육이 아닌, 절름발이 교육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먹는 것과 지적인 면만 강조하지 말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슬픔이라는 점이다. 엄마한테 야단맞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혼자 산책한다거나, 혼자 음악을 듣는다거나, 혼자 운다는 등의 답이 많았다. 엄마와 얘기가 잘 안 되니까 정서를 공유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부모들도 정서적으로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30~40대들도 정서적인 훈련이 된 이들이 별로 없어 미숙하다고 할 수 있다. 지적으로 뛰어나려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학원에만 보낸다고 원하는 미래가 오지는 않는다. 부모가 기본적인 예의를 가르치는 것이 기본적인 정서 조절법이다. 남에게 욕하지 마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는 것이 알고 보면 다 정서 조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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