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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승이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나의 인생, 나의 사랑; 윌리 호니스 展

윌리 호니스란 이름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스티유 광장에서 파리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을 담은 사진은 익숙할 것이다. 처음 이 사진을 접했을 때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의 그들과 내가 동경하던 파리의 모습, 그리고 그 사진에서 느껴지는 연인의 애틋함이 뒤섞여 나도 모르게 사진이 보이는 모니터에 손을 갖다 댔다. 한창 패션 사진에 빠져서 있던 나에게 그의 사진은 확실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이 분명한데 그의 눈을 통해 그것들은 이미 우리가 보아온 추억이 되어 나타난다.
긴 시간과 우연, 그리고 그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거리와 그 위에 사람들은 차가운 사진기를 통해 뜨겁게 뱉어지고 그 뜨끈한 기운은 이제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살아 숨쉬는 심장을 가졌다면 그의 사진을 보는 동안 그것이 요동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자, 그럼 뛰는 심장 확인하고 머리 속 긴장을 과감히 풀어버린 채 윌리 호니스의 사각 프레임 세계로 천천히 스며들어보자.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윌리 호니스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사진작가로 지난해 프랑스 파리 시청에서 열린 회고전은 파리 인구의 4명 중 1명인 50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연일 만원 사례를 이루었다. 이 회고전에 이어 세계 순회 전시로는 최초로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되었다. 약 2백 여 점의 흑백 이미지들은 올해 나이 97세인 윌리 호니스의 작품 세계를 오리지널 프린트로 보여진다.

레드, 그레이 그리고 블랙 & 화이트로 이루어진 전시장 모습은 간결하고 임팩트가 느껴졌다. 윌리 호니스의 작품을 테마별로 나누어 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먼저 던지고 사진이 그 뒤를 이어 보여진다. 2001년 더 이상 거리를 뛰어다닐 수 없기에 사진기를 놓아야만 했던 그날까지 그는 거리를 걷고 뛰고 느끼며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그의 사진들은 한 장 한 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전시장 한 켠에서 윌리 호니스의 영상 인터뷰 속에서도 들을 수 있다. 9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잘 어울렸던 그의 빨간 가디건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반짝이는 눈은 그의 삶에서 사진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첫 사진 작업은 에펠탑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그는 파리를 소재로 한 사진작업을 지속한다. 그의 사진에서 에펠탑은 여러 각도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서있었다. 관광객의 눈이 될 수 밖에 없는 나에게 그의 사진 속 에펠탑 찾기는 전시장을 보는 내내 계속되었다. 그의 프레임 밖에서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이 안타까울 정도로 그가 보여주는 파리는 너무 아름다웠다. 파리를 사랑하는 파리지엔, 윌리 호니스의 파리는 그의 사진 속에서 기록되고 기억되며 추억되고 있었다.
그는 평범한 파리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출되거나 가공된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우리네의 뒷골목 풍경과 닮은 진솔한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낯선 나라의 뒷골목이지만 언젠가 본 듯한 익숙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 풍경들 속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없는 풍경은 생명을 잃은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사람과 함께한 파리는 활기차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끈끈하게 이어진 삶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진가란 평범한 행복에 다가서는 작은 발자국이다 라고 말하며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삶 등을 담아내는 것을 가장 행복해 했던 그는 진정한 휴머니스트 사진가였다. 그의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들은 곧 우리들에게로 옮겨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 자신의 작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마냥 웃고 있는 사람들, 사진이 찍히는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내키는 데로 울고 웃는 사람들은 그의 렌즈 앞에서 자유롭다. 애정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다는 것, 그것이 바로 피사체를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던가. 그가 사랑해마지 않는 파리와 그 속에 사람들이야 말로 그에게는 최고의 피사체 였음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진을 찍지 못한다. 더 이상 뛸 수도, 걸을 수도 없기에 그가 사랑하는 거리도 사람도 담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진은 자신을 놓아주려 하지 않으며 자신 또한 그 심장이 멈추는 날까지 사진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질적인 필름은 없지만 그의 가슴에 담긴 필름은 그가 죽는 날까지 그의 시선을 기록할 것이다.
ⓒ 디자인정글 _ 포커스 & 리뷰 _ 에서 발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전국 방방곡곡에 예술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지방 문화예술공간 Ⅱ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지방문화예술공간은 경기도 장흥에 위치한 장흥아트파크다. 이름에서도 예술공원이라 명하듯이 그야말로 예술이 발생되는 모든 활동을 산책하듯 편하게 느끼며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뜰리에를 중심으로 활발한 작가 지원을 통해 예술산업을 지원하고 체험과 참여의 공간으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장흥아트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자체의 문화를 바꾸는 거대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유흥의 거리로 변질되었던 장흥은 아트파크가 들어서면서 서서히 문화 예술의 도시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전시에서 벗어나 경제와 문화의 광범위한 개념의 공간으로 거듭나며 활발한 예술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장흥아트파크를 만나보자.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1984년 토탈야외미술관(관장 노준의)이 생기고 장흥의 문화공간으로서 많은 전시와 공연 등을 진행하면서 장흥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유흥업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더니 어느새 쾌락과 유흥의 도시라는 오명을 얻기에 이른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양주시청과 문화예술인, 그리고 점점 상권으로서 이익을 보지 못하던 주변 상인들까지 가세해 장흥을 또다시 예술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지난 해 5월 장흥아트파크는 8000평의 부지에 실내외 미술관과 야외 공원장, 야외 카페를 갖춘 종합문화예술공간으로 문을 열었으며 인근 모텔을 사들여 그 곳엔 아티스트를 위한 아뜰리에를 세웠다.
장흥아트파크의 탄생으로 이 일대의 다른 관광지도 함께 부가적인 이미지 상승효과와 관광객의 발걸음을 유도하면서 도시 전체의 문화적, 경제적 부흥의 원천이 되면서 예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것이 미술관으로 반올림, 반내림의 다양한 높이로 특별한 공간은 세계적인 미술작품을 최대한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이는 건축가 우치다 시게루의 작품으로 그는 미술관에서 어린이 체험관, 조각공원, 공연장, 카페 등 건물의 설계와 내부 인테리어, 조경에 이르기까지 복합문화단지의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하였다. 현재는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 백남준 등으로 구성된 개막전시가 진행 중이다.
'예술-자연-인간'의 조화로운 공생을 경험할 수 있는 부르델, 조지 시걸 등 고전과 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강대철, 문신, 전국광, 한진섭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우리의 전통을 보여주는 문관석[文官石]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자연이 안겨주는 아름다움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조각공원은 야외의 시원한 조망과 함께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혀지는 기분이다.
총 면적 300평 규모로 전시 기능과 교육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공간으로 전시장과 쉼터, 스튜디오 및 정원으로 구성되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기발하고 재미있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특히 쉼터는 어린이들을 위한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디자인 체험 공간으로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패턴을 이용한 인테리어와 교구를 통해 어린이들의 패턴과 색채에 대한 감성을 일깨워 준다. 또한 맞춤형 이벤트로 다양한 모임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마치 방패연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조의 원형 공연장은 세계적인 조형물의 대가 반 시게루가 디자인하였다. 자연 속에서 예술의 감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원형 극장은 첨단 기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막(幕)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무대를 중심으로 대형 스크린과 분수로 구성된 이 공간에는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이벤트들이 개최된다.
‘복합문화단지로서의 장흥아트파크’의 토대가 되는 아뜰리에는 작가들의 창작 공간 지원뿐 아니라 창작과 전시 공간의 연계, 세계적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들에 대한 폭넓은 지원과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단지의 중추적 역할은 물론 국제적인 스튜디오로서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공간으로 2006년 8월 현재 18명의 작가들이 입주했으며, 2007년 상반기부터 2008년 하반기까지 총 200여 명의 작가들이 입주하는 중장기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장 미셸 빌모트가 디자인한 아뜰리에는 심플한 직선을 강조하는 그의 디자인 성향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무와 콘크리트 등의 소재를 사용한 이 건축물은 미니멀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강조되었고, 편리한 동선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통해 단순함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 디자인정글 _ HOT & 이슈 _ 에서 발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기사를 읽다보니 많이 공감이 가서 스크랩하는.....

유즘 너무 학습습득의 위주로만 가다보니 아이들의 감성이 매말라가면서 자신의 감정조차 잘 표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이들을 많이 접하는 편인데 감정표현에 서툰 아이들이 꽤 있는듯 하다. 그러다보니 많이 공감이 가는....


2007년 1월 9일 (화) 08:02   한겨레21

당신은 ‘로봇’을 키우고 있다

공부와 컴퓨터가 지배하는 일상, 감정을 알고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
정서 교육에 대한 인식이 없는 부모 밑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받아

장면 하나.

“슬프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싫은 거랑 많이 다른가요? 외로움요? 그것도 잘 모르겠는데요. 화는 나요. 게임할 때 자꾸 내 편이 죽으면 화가 나죠. 화가 나면 소리를 질러요.” 초등학교 2학년 박준규(가명·8)군은 슬픔과 외로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시 한 번 ‘감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물었다. “감정이라는 건 좋은 거나 싫은 거, 그런 거 아녜요? 게임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고 지면 싫어요. TV를 보면 웃기거나 재밌고, 학원 가서 혼나면 싫고, 시험 문제가 틀리면 짜증나요. 그것 말고 다른 기분은 잘 모르겠는데요.”

동생한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 몰라

준규는 요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을 못하게 하고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만 신경을 썼던 준규의 부모는 몇 달 전에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준규가 갑자기 입으로 컴퓨터 게임을 할 때 나는 소리를 막 내더니 남동생을 때리는 거예요. 남자애들만 둘이라서 서로 티격태격하는 일은 자주 있어요. 잔소리를 하려는데 준규가 동생을 때린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래서 준규에게 ‘동생을 때리면 동생이 아프고 슬퍼하잖아’라고 했더니 준규는 ‘아냐,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는 거예요. 준규는 동생한테도 감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더 물어보니까 준규도 자기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지 모르더라고요.”

장면 둘.

초등학교 2학년인 박연경(가명·8)양은 좀처럼 웃는 법이 없다. 어디서 큰소리만 나도 안절부절못하고 밤에는 귀신이 있는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편하게 잠을 못 잔다. 집에는 잠시도 혼자 있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엘리베이터가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좀처럼 혼자 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보다 눈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연경이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 없이 있는 편이다. 딸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유독 소심한 성격이라 무서운 것도 많고 말수도 적은가 보다 생각했던 연경이의 부모는 최근 놀라운 점을 알게 됐다."한 달 전쯤에 연경이가 또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너무 심하게 울기에 앉혀놓고 얘기를 좀 했어요. 그런데 딸아이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었어요. 방 안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도 그렇게 무섭다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자기가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 걸 거의 말을 하지 않은 거죠. 지금까지 연경이가 가끔 무섭다고 울면 그냥 울지 말라고 다그치기만 했거든요. 얘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줄 몰랐어요.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니까 학교에서도 거의 말을 안 하고 혼자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을 받았더니 연경이가 자기의 두려움과 불안을 과장되게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표현하면서 해결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해소해야 하는데 혼자 다 끌어안고 있었던 거죠. 그제야 연경이가 지금까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감정불감증 세대의 미래는?

장면 셋.

12월27일 오후 2시. 분당어린이카운슬링 상담실. 심리 테스트를 한참 받고 있던 초등학교 2학년생 최경수(가명·8)군이 “집 안에 깡패 어른이 혼자 살아요”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심리 테스트에서 흔히 쓰는 방식인 ‘집 그리기’를 시킨 뒤 이영미 소장이 “집 안에 누가 있을 것 같니?”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사과나무를 그린 뒤에는 “나무가 건강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유를 물으니 “사람들이 발로 찼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자 요즘 유행하는 ‘마빡이’를 그렸다. “나중에 커서 마빡이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머리를 밀어야 한다”고 했다. 가족 그림을 그려보라는 주문에 경수는 엄마, 아빠를 뺀 채 혼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만을 그렸다.

1시간 남짓한 테스트가 끝나고 이 소장은 경수 아빠와 대화를 나눴다.

“친구 관계는 어떤가요?”(이 소장)

“친한 친구 몇 명을 빼고는 무관심한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과는 관계 맺기가 무척 서툴러요.”(아빠)

“또 다른 얘기를 들으신 건 없나요?”(이 소장)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해요. 그것도 경수가 직접 말해주는 게 아니라 경수 친구들이 전해줘요. 부모인 저한테도 자기 표현이나 감정 표현을 잘 안 해요.”(아빠)

“테스트하는 1시간 내내 저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것을 보면 감정을 표출하면서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툰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빗대어서 하는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는군요.”(이 소장)

세 장면은 모두 초등학교 2학년생 세 명의 사례다. 감정 표현을 제대로 못하거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특정한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세 명은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낸다. 학교 갔다가 학원에 가고, 집에 오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이들의 일상에는 감정이나 정서가 끼어들 순간이 없다. 감정이 들어설 시간과 공간에는 어김없이 ‘공부’와 ‘오락’이 있다.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감각만이 존재할 뿐, 살면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학원과 게임, TV 위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감정이 뭔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공부와 컴퓨터는 현재를 살고 있는 아이들을 상징한다. 세상에 태어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가나다라’와 ‘ABCD’까지 입력하고 또 입력한다. 제 손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로 공부를 하고 공부하다가 쌓인 스트레스는 또 컴퓨터를 통해 푼다.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는 공부와 컴퓨터가 요즘 아이들의 감정을 틀어막고 있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사람보다 기계나 영어 단어와 소통하는 아이들은 ‘공감’에 서투르다. ‘감정은 본능이다’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방도 느낀다’는 감정의 기본적인 속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구구단은 외우면서도 친구들의 정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감정불감증 세대’ ‘정서불소통 세대’로 칭할 만하다. 삶에서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정서 능력을 전혀 계발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그 심각함에 대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모 세대 탓이기도 하다.

보통 감정(또는 정서)은 분노·슬픔·기쁨·놀람 등 ‘1차적 감정’과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생겨나는 공감·질투심·수치심 등을 나타내는 ‘2차적 감정’(자아의식적 감정)으로 나뉜다. 1차적 감정은 1개월 된 아이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가장 단순한 자아의식적 감정은 아이가 거울이나 사진에서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지나친 칭찬을 하거나 낯선 사람에게 걸음마 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요구를 할 때 아이가 눈에 띄게 당황한다면 이는 벌써 아이가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성과 지성은 서로 보조를 맞춘다.

특히 자아의식적 감정은 스스로를 평가하는 측면이 강해 사회성, 성격 형성과도 맞닿아 있다. 제대로 발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 부적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치심·죄책감·자부심 등은 ‘자기평가적 정서’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걸음마를 하는 유아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의 아동의 경우 어른이 자신의 행동을 관찰할 때에만 자기평가적 정서를 보인다. 그만큼 감정에 민감하고 감정을 의식한다는 얘기가 된다. 아동의 경우에도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표현하는 능력’(감정 능력 또는 정서 능력. 그래픽 참조)은 현재의 또래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대인관계나 미래에 맞이하게 될 사회 생활의 기초적인 능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심리학계의 연구 결과는 감정 또는 정서가 개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요소이며 향후 인간관계의 주춧돌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윤경 가톨릭대 교수(심리학)는 “성공한 이들의 특징은 지능보다는 다른 이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정서 능력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정서 능력이 지적 능력의 계발과 수행을 원할하게 도와주는 능력이라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가 정서 능력이라는 것이다.

미국에는 ‘만족 지연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도 있다. 만족감을 늦춤으로써 더 많이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지금 사탕 하나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30분 뒤에 사탕 5개를 먹을 것인가”를 물어서 그 결과를 보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만족을 늦출 줄 아는 아이들은 그 뒤 학업 성취도(예를 들면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 점수 등)가 높았다.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래저러스 부부가 쓴 문예출판사 펴냄)이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감정에 대한 신화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감정은 비합리적인 것이어서 사고와 추론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감정과 지성은 보조를 맞추어서 움직인다. 그래서 매우 지성적인 존재인 인간들이 또 그렇게 감정적인 동물이기도 한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구성하는 모든 감정적 반응에서 생각과 의미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감정들은 비합리적이기는커녕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드라마와 더불어 TV 토크쇼를 대중 오락물의 정점에 올려놓은 것이 바로 감정이라고 지적하면서 “감정이 삶의 성공과 실패에 엄청난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연구 결과는 정서 능력 발달에서 유아기와 아동기가 결정적인 시기라는 것이다. 유아기와 아동기에 적절한 정서 발달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뒤의 인생 과정에서 이를 만회하기 힘들며 어떤 경우에는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아동 정서 연구가 미진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30년 뒤 어떤 비용을 치를까

정윤경 교수는 “부모들이 감정과 정서를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데다 학습 능력이 최고라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구에는 정서와 부모의 양육 방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가 많은데 한국에는 거의 없어요. 부모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아이들의 감정과 정서가 다치지 않을까는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정서는 타고난다고 생각하는데, 기질은 타고나지만 정서나 감정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에 일찍 노출되는 탓에 아동들에게도 ‘평가 불안’ 현상이 강합니다.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실패에 대한 탄력성이 떨어지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편견도 감정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가로막는 구실을 한다. 9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분당어린이카운슬링을 찾은 김아무개(43)씨의 말이다. “똑똑한 아이라는 말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아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들을 저희 부부는 항상 ‘성숙하다’고 여긴 거죠. 감정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도 있었어요. 감정적이라는 말은 어리고 자기 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저렇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이 친구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을지 걱정돼요.”

아이들의 감정 또는 정서에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것은 20~30년 뒤에 치러야 할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과 낭비를 예방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은 당신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있는가.

만 6살, 테스트 해 봅시다

정서 인식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준 실험

심리학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정서 조절 능력에 관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는, 약간의 개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만 6살이다. 만 6살이 되면 타인의 존재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정서를 조절할 줄 안다. 예를 들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는 얘기다. 아래 내용은 만 6살 아동을 대상으로 해볼 수 있는 실험 내용으로 ‘마음의 이론 척도’(scale of theory of mind)와 관련해 미국 미시간대의 헨리 웰먼과 데이비드 리우가 개발한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정서 인식과 함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준을 측정하는 내용이다. 한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는 “미국 연구 결과를 보면 만 6살 아동들 대부분이 이 테스트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며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만 6살 아동들도 미국 아동들처럼 이 테스트를 쉽게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이는 영수예요. (가리킨다) 영수 삼촌은 지금 막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셨어요. 삼촌은 영수에게 장난감 총을 사다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삼촌이 가지고 온 것은 책이에요. 영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아요. (천천히) 영수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장난감 총이에요. 하지만 영수는 자기 기분을 숨겨야 해요. 왜냐하면 만약 삼촌이 영수의 진짜 기분을 알면, 다시는 영수에게 선물을 사주지 않을 거거든요.

기억 확인: 삼촌은 영수에게 무엇을 사줬나요?

(맞는 대답: 책. 만약 아이가 틀린 대답을 했다면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영수의 진짜 기분을 알게 되면, 삼촌은 어떻게 할까요?

(맞는 대답: 삼촌은 영수에게 다시는 아무것도 사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아이가 틀린 대답을 했다면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문제: 삼촌이 책을 주었을 때 영수의 진짜 기분은 어땠을까요? (가슴을 가리킨다) 기뻤을까요? 슬펐을까요? 아니면 그냥 그랬을까요?

(주의: 실험자가 감정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가 대답하지 못한다면 선택 사항을 다시 말해준다.)

삼촌이 책을 주었을 때, 영수는 어떤 얼굴을 했을까요? 기쁜 얼굴, 슬픈 얼굴, 기분이 그냥 그런 얼굴.

_____ 기쁜 얼굴 _______ 슬픈 얼굴 ________ 기분이 그냥 그런 얼굴

(자료 제공: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


정서 교육의 부재, 학원에 보낸다고 원하는 미래 오나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심리학자인 김경희 연세대 교수(아동학)는 아동의 정서발달 분야 전문가다. 김 교수는 1997년 ‘한국 아동의 정서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를 비롯해 관련 논문을 여럿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전 사회에 팽배한 성적제일주의로 인한 정서 교육 부재가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며 “가정에서부터 감정과 정서에 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이 또래끼리 감정 교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정서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정서가 세분화되지 못하고, 정서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정서 조절을 배우기 시작해야 할 시기다. 친구들 마음을 헤아리거나, 다른 이를 감정적으로 배려하는 능력이 생긴다. 만 6살이 되면 그게 가능하다. 그래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한국의 아동들이 정서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보나.

=그렇다. 감정 교육의 1차적 공간은 가정이다. 부모와의 대화가 기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는 ‘기분 나쁜 일은 없었니?’ 하고 묻는 게 아니라 ‘오늘 뭐 배웠니?’ 하고 묻는다. 엄마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보면 강연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집에 가면 ‘오늘 몇 점 받았어?’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온다고 한다. 정서에 관한 관점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뛰는 것에 대해 다른 어른들이 주의를 주면 ‘애들 기 죽인다’면서 더 난리치는 게 요즘 부모들이다. 그렇다고 인지교육 중심인 학교에서 정서 교육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신체나 인지 능력은 발달하는데 정서 능력이 발달하지 못해서 생기는 부조화가 심각한 것 같은데

=그런 것이 따돌림(왕따) 현상 같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조화로운 교육이 아닌, 절름발이 교육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먹는 것과 지적인 면만 강조하지 말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슬픔이라는 점이다. 엄마한테 야단맞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혼자 산책한다거나, 혼자 음악을 듣는다거나, 혼자 운다는 등의 답이 많았다. 엄마와 얘기가 잘 안 되니까 정서를 공유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부모들도 정서적으로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30~40대들도 정서적인 훈련이 된 이들이 별로 없어 미숙하다고 할 수 있다. 지적으로 뛰어나려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학원에만 보낸다고 원하는 미래가 오지는 않는다. 부모가 기본적인 예의를 가르치는 것이 기본적인 정서 조절법이다. 남에게 욕하지 마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는 것이 알고 보면 다 정서 조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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