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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나의 사랑; 윌리 호니스 展

윌리 호니스란 이름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스티유 광장에서 파리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을 담은 사진은 익숙할 것이다. 처음 이 사진을 접했을 때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의 그들과 내가 동경하던 파리의 모습, 그리고 그 사진에서 느껴지는 연인의 애틋함이 뒤섞여 나도 모르게 사진이 보이는 모니터에 손을 갖다 댔다. 한창 패션 사진에 빠져서 있던 나에게 그의 사진은 확실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이 분명한데 그의 눈을 통해 그것들은 이미 우리가 보아온 추억이 되어 나타난다.
긴 시간과 우연, 그리고 그가 사랑해 마지 않았던 거리와 그 위에 사람들은 차가운 사진기를 통해 뜨겁게 뱉어지고 그 뜨끈한 기운은 이제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살아 숨쉬는 심장을 가졌다면 그의 사진을 보는 동안 그것이 요동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자, 그럼 뛰는 심장 확인하고 머리 속 긴장을 과감히 풀어버린 채 윌리 호니스의 사각 프레임 세계로 천천히 스며들어보자.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윌리 호니스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사진작가로 지난해 프랑스 파리 시청에서 열린 회고전은 파리 인구의 4명 중 1명인 50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연일 만원 사례를 이루었다. 이 회고전에 이어 세계 순회 전시로는 최초로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되었다. 약 2백 여 점의 흑백 이미지들은 올해 나이 97세인 윌리 호니스의 작품 세계를 오리지널 프린트로 보여진다.

레드, 그레이 그리고 블랙 & 화이트로 이루어진 전시장 모습은 간결하고 임팩트가 느껴졌다. 윌리 호니스의 작품을 테마별로 나누어 그가 남긴 이야기들을 먼저 던지고 사진이 그 뒤를 이어 보여진다. 2001년 더 이상 거리를 뛰어다닐 수 없기에 사진기를 놓아야만 했던 그날까지 그는 거리를 걷고 뛰고 느끼며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그의 사진들은 한 장 한 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전시장 한 켠에서 윌리 호니스의 영상 인터뷰 속에서도 들을 수 있다. 9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잘 어울렸던 그의 빨간 가디건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반짝이는 눈은 그의 삶에서 사진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첫 사진 작업은 에펠탑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그는 파리를 소재로 한 사진작업을 지속한다. 그의 사진에서 에펠탑은 여러 각도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서있었다. 관광객의 눈이 될 수 밖에 없는 나에게 그의 사진 속 에펠탑 찾기는 전시장을 보는 내내 계속되었다. 그의 프레임 밖에서 감상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이 안타까울 정도로 그가 보여주는 파리는 너무 아름다웠다. 파리를 사랑하는 파리지엔, 윌리 호니스의 파리는 그의 사진 속에서 기록되고 기억되며 추억되고 있었다.
그는 평범한 파리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출되거나 가공된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우리네의 뒷골목 풍경과 닮은 진솔한 모습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낯선 나라의 뒷골목이지만 언젠가 본 듯한 익숙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 풍경들 속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없는 풍경은 생명을 잃은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사람과 함께한 파리는 활기차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끈끈하게 이어진 삶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진가란 평범한 행복에 다가서는 작은 발자국이다 라고 말하며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삶 등을 담아내는 것을 가장 행복해 했던 그는 진정한 휴머니스트 사진가였다. 그의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들은 곧 우리들에게로 옮겨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 자신의 작업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마냥 웃고 있는 사람들, 사진이 찍히는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내키는 데로 울고 웃는 사람들은 그의 렌즈 앞에서 자유롭다. 애정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다는 것, 그것이 바로 피사체를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던가. 그가 사랑해마지 않는 파리와 그 속에 사람들이야 말로 그에게는 최고의 피사체 였음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진을 찍지 못한다. 더 이상 뛸 수도, 걸을 수도 없기에 그가 사랑하는 거리도 사람도 담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진은 자신을 놓아주려 하지 않으며 자신 또한 그 심장이 멈추는 날까지 사진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질적인 필름은 없지만 그의 가슴에 담긴 필름은 그가 죽는 날까지 그의 시선을 기록할 것이다.
ⓒ 디자인정글 _ 포커스 & 리뷰 _ 에서 발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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