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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맘에 들어서 몇 번이고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림 동화책은 빨간 구두 아가씨였다. 결말은 발이 잘리고 회개하는 맘으로 살았다는 살벌한 스토리였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부잣집 양녀로 들어간 주인공의 화려한 옷들과 색깔별로 등장하는 구두들이었다. 그때부터 난 쇼퍼홀릭의 기질이 있었던 걸까? 선명한 색의 구두와 옷들은 몇 번이고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림 동화책은 말 그대로 그림, 즉 일러스트레이션이 주가 된 책이다. 그림만 보아도 동화의 스토리가 인식되고 분위기를 알아챌 수 있다. 이전의 동화들은 스토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에 따라 일러스트레이션의 분위기나 표현방식 등이 결정되었다면 현재는 작가만의 창조적인 색을 내는 것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번 동화책 속 세계여행: 유명 일러스트레이션 전은 동화 속에서 보여지는 일러스트레이션이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전달하고 또한 그 것이 어떻게 작업되는 지까지 경험할 수 있는 전시로 아이들은 물론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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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의 여왕’에도 등장해서 다시금 사람들의 손에 들려지기도 한 안데르센의 명작 <눈의 여왕>의 일러스트레이터 키릴 첼루슈킨, 작은 요정 <톰팃톳>의 수베틀라나 우슈코바, <책 읽는 나무>의 티지아나 로마냉, <피아노치기는 지겨워>의 에릭 엘리오, <엔젤맨>의 마티유 루셀, <불새와 붉은 말과 바실리사 공주>의 이고르 올레니코프 등 유럽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15여명의 현대 세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원화작품 10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만나본다. 또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완성 원화를 함께 전시하여 편집자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가 커뮤니케이션을 엿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작가의 손때 묻은 작업물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롭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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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벽에는 따뜻한 컬러로 덮여있고 그 위에는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일러스트들이 뛰어다니고 날아다닌다. 뉴기니 바다 거북이는 어느새 우리 앞에 커다란 모습을 드러내고 생강빵 쿠키가 뛰어 다니는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고 툰드라의 배고픈 거인의 커다란 발이 전시장 한 쪽에 쑥 들어와 있다. 어린아이들은 만져보고 타보면서 어느새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동화 <책 읽는 나무>는 전시장 한 쪽에 뿌리를 내리고 책을 주렁주렁 달은 채 관람객을 한껏 품는다. 그 아래에는 자유롭게 책을 읽고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도서관이 만들어진다.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 헌 동화책을 가져오면 새 동화책으로 바꿔주고 전시장에 배치된 모든 동화책을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고 요일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책을 좀더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배려한 입체적인 전시 동선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장식들이 모두 동화 속 상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들이 따뜻하고 즐거운 전시를 만들어 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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